IR 장비를 쓰기 전에 그 원리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는 의미에서 적외선 분광법의 기본 이론을 정리한다. 적외선 영역, IR 활성 조건, 분자 진동의 종류, 조화 진동자 모델과 양자역학적 진동 에너지, 그리고 진동 모드와 진동 짝지음까지 다룬다. 내용은 Skoog의 『기기분석(Principles of Instrumental Analysis)』을 참고했다.
1. 적외선 영역
적외선(IR) 분광법은 파수 12,800~10 cm-1 영역의 복사선을 이용한다. 적외선은 근적외선, 중간 적외선, 원적외선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가 주로 쓰는 영역은 중간 적외선이며 그중에서도 4000~670 cm-1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 영역 | 파장 λ (μm) | 파수 (cm-1) | 진동수 ν (Hz) |
|---|---|---|---|
| 근적외선 | 0.78 ~ 2.5 | 12,800 ~ 4000 | 3.8×1014 ~ 1.2×1014 |
| 중간 적외선 | 2.5 ~ 50 | 4000 ~ 200 | 1.2×1014 ~ 6.0×1012 |
| 원적외선 | 50 ~ 1000 | 200 ~ 10 | 6.0×1012 ~ 3.0×1011 |
| 가장 많이 쓰는 영역 | 2.5 ~ 15 | 4000 ~ 670 | 1.2×1014 ~ 2.0×1013 |
참고: Skoog, 『Principles of Instrumental Analysis』, Table 16-1 (재구성)
IR 스펙트럼은 보통 가로축을 파수(wavenumber, cm-1), 세로축을 투과율(%)로 그린다. 파수는 에너지와 진동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가로축으로 주로 쓰인다. 진동수를 직접 쓰지 않는 이유는 값이 너무 커서 다루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 많은 IR 스펙트럼은 2000 cm-1을 기준으로 가로축 눈금 간격이 바뀌는데, 피크가 많고 복잡한 낮은 파수 영역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다.
2. 적외선 흡수의 조건

전자기파 영역과 적외선의 위치 (직접 작성)
적외선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작다. 그래서 IR은 분자 속 전자의 전이를 일으키지 못하고, 분자의 진동과 회전 상태를 바꾸는 작은 에너지 흡수만 일으킨다.
또 분자가 적외선을 흡수하려면, 진동이나 회전에 따라 쌍극자 모멘트(dipole moment)가 변해야 한다. 즉 HCl처럼 극성을 가진 분자가 적외선을 흡수한다.

IR 활성 분자와 비활성 분자 (직접 작성)
반대로 Cl2처럼 같은 원자 두 개로 이루어진 분자(동종 핵 이원자 분자)는 진동해도 쌍극자 모멘트가 변하지 않아 IR 복사선을 흡수하지 못한다.
3. 회전 전이와 진동-회전 전이
회전 전이(rotational transitions)
분자의 회전 준위를 바꾸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매우 작아서, 약 100 cm-1 이하의 원적외선에 해당한다. 기체 상태에서는 회전 준위가 뚜렷하게 나뉘어 있어 불연속적이고 선명한 흡수선이 나타난다. 반면 액체나 고체에서는 분자 사이의 충돌과 상호작용 때문에 흡수선이 넓어져 연속적인 스펙트럼이 된다.
진동-회전 전이(vibrational-rotational transitions)
회전 준위 사이의 에너지 차이는 원적외선에 해당하지만, 진동 준위 사이의 에너지 차이는 중간 적외선에 해당한다. 기체에서는 각 진동 준위마다 여러 회전 준위가 있어서, 진동 흡수 하나가 촘촘한 여러 개의 선으로 갈라져 나타난다. 하지만 고체나 액체에서는 회전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진동에 의한 넓은 피크만 나타난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IR 스펙트럼에서 보는 피크는 분자 진동에 의한 피크다.
4. 분자 진동의 종류
분자를 이루는 원자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며 회전과 진동을 한다. 진동은 크게 신축(stretching)과 굽힘(bending)으로 나뉜다. IR에서 자주 나오는 용어이니 꼭 알아두자.
- 신축 진동: 두 원자 사이의 결합 축을 따라 원자 간 거리가 계속 변하는 진동이다. 대칭 신축과 비대칭 신축이 있다.
- 굽힘 진동: 두 결합 사이의 각도가 변하는 진동이다. 가위질(scissoring), 좌우 흔듦(rocking), 앞뒤 흔듦(wagging), 비틀림(twisting)의 4가지가 있다.

분자 진동의 종류 (직접 작성)
5. 이원자 분자 신축 진동의 역학적 모델
여러 원자로 된 분자를 생각하기 전에, 더 간단한 이원자 분자의 신축 진동부터 보자. 질량 $m$인 물체가 용수철에 매달려 용수철 축을 따라 움직이는 모델을 생각한다. 이런 운동을 단순 조화 운동(simple harmonic motion)이라고 한다.
후크의 법칙과 퍼텐셜 에너지
용수철에 힘이 가해져 물체가 평형 위치에서 $y$만큼 이동하면, 원래 자리로 되돌리려는 힘 $F$는 이동 거리에 비례한다. 이것이 후크의 법칙(Hooke's law)이다.
$$F = -ky$$
여기서 $k$는 용수철의 세기에 따라 정해지는 힘 상수($k>0$)이고, 음의 부호는 복원력이 이동 방향과 반대라는 뜻이다.
이 조화 진동자의 퍼텐셜 에너지를 구해 보자. 물체가 정지해 있을 때의 퍼텐셜 에너지를 0이라고 하면, 물체가 $dy$만큼 움직일 때 퍼텐셜 에너지 변화량 $dE$는 힘에 이동 거리를 곱한 값이다.
$$dE = -F\,dy = ky\,dy$$
평형 위치($y=0$)부터 $y$까지 적분하면,
$$\int_0^E dE = k\int_0^y y\,dy \quad\Rightarrow\quad E = \frac{1}{2}ky^2$$
즉 조화 진동자의 퍼텐셜 에너지는 변위에 대한 포물선이 된다.
진동수 유도
이번에는 진동수를 고전 역학으로 유도해 보자. 뉴턴의 제2법칙 $F = ma$에서 가속도는 $a = d^2y/dt^2$이므로,
$$m\frac{d^2y}{dt^2} = -ky \quad\Rightarrow\quad \frac{d^2y}{dt^2} + \frac{k}{m}y = 0$$
이는 공학수학에서 배우는 상수 계수 2계 제차 선형 미분방정식이다. $y = e^{\lambda t}$를 대입하면,
$$\lambda^2 e^{\lambda t} + \frac{k}{m}e^{\lambda t} = 0$$
이므로 $\lambda$는 두 개의 허근 $\lambda = \pm i\sqrt{k/m}$을 가지고, 일반해는 다음과 같다.
$$y = A\cos\sqrt{\frac{k}{m}}\,t + B\sin\sqrt{\frac{k}{m}}\,t$$
이 해에서 sine과 cosine의 주기는 $2\pi/\sqrt{k/m}$이므로, 진동수는 다음과 같다. 이를 고유 진동수라고 한다.
$$\nu_m = \frac{1}{2\pi}\sqrt{\frac{k}{m}}$$
운동을 $y = A\cos 2\pi\nu_m t$로 쓰면($A$는 최대 진폭), 이를 두 번 미분한 $d^2y/dt^2 = -4\pi^2\nu_m^2 A\cos 2\pi\nu_m t$를 $m\,d^2y/dt^2 = -ky$에 대입해도 같은 결과를 얻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고유 진동수가 힘 상수와 질량에만 영향을 받고, 계에 가해진 에너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에너지가 변하면 진폭 $A$만 변한다.
실제 이원자 분자처럼 두 질량이 함께 움직일 때는 질량 $m$ 대신 환산 질량(reduced mass) $\mu$를 쓴다.
$$\mu = \frac{m_1 m_2}{m_1 + m_2}, \qquad \nu_m = \frac{1}{2\pi}\sqrt{\frac{k}{\mu}} = \frac{1}{2\pi}\sqrt{\frac{k(m_1+m_2)}{m_1 m_2}}$$
6. 진동의 양자역학적 취급
앞의 내용은 고전 역학인 뉴턴 법칙으로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원자 수준의 운동은 고전 역학만으로 설명할 수 없어 양자역학을 이용해야 한다. 양자역학으로 구한 진동 에너지는 다음과 같다.
$$E = \left(v + \frac{1}{2}\right)\frac{h}{2\pi}\sqrt{\frac{k}{\mu}}$$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 $v$는 0을 포함한 양의 정수만 가지는 진동 양자수(vibrational quantum number)다.
고전 역학과 양자역학의 두 식에 모두 $\frac{1}{2\pi}\sqrt{k/\mu}$ 항이 들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이는 고전 역학의 진동수 $\nu_m$이므로, 두 식을 합치면 다음과 같이 간단해진다.
$$E = \left(v + \frac{1}{2}\right)h\nu_m$$

조화 진동자의 퍼텐셜 에너지와 진동 에너지 준위 (직접 작성)
진동 양자수 $v$는 정수만 가지므로, 인접한 두 준위 사이의 에너지 차이는 항상 같다.
$$\Delta E = h\nu_m = \frac{h}{2\pi}\sqrt{\frac{k}{\mu}}$$
실온에서 대부분의 분자는 바닥 상태($v=0$)에 있다. 바닥 상태와 첫 번째 들뜬 상태($v=1$)의 에너지는 각각
$$E_0 = \frac{1}{2}h\nu_m, \qquad E_1 = \frac{3}{2}h\nu_m, \qquad E_1 - E_0 = h\nu_m$$
복사선의 에너지가 이 진동 에너지 준위 차이와 정확히 일치하고, 진동이 쌍극자 모멘트의 변화를 일으킨다면, 복사선을 흡수해 진동 에너지 준위 사이의 전이가 일어난다. 따라서 흡수되는 복사선의 진동수 $\nu$는 고전 역학의 진동수 $\nu_m$과 같다.
$$E_{\mathrm{radiation}} = h\nu = \Delta E = h\nu_m \quad\Rightarrow\quad \nu = \nu_m = \frac{1}{2\pi}\sqrt{\frac{k}{\mu}}$$
7. 흡수 파수 계산
복사선의 진동수를 파수로 나타내 보자. 파수 $\bar{\nu}$는 진동수를 빛의 속도로 나눈 값이므로 ($\bar{\nu} = \nu/c$),
$$\bar{\nu} = \frac{1}{2\pi c}\sqrt{\frac{k}{\mu}} = 5.3\times10^{-12}\sqrt{\frac{k}{\mu}}$$
여기서 $\bar{\nu}$는 파수(cm-1), $k$는 결합의 힘 상수(N/m), $c$는 빛의 속도(3.0×1010 cm/s), $\mu$는 환산 질량(kg)이다.
힘 상수 $k$는 결합 종류에 따라 대략 다음과 같다.
- 단일 결합: 3×102 ~ 8×102 N/m (평균 약 5×102 N/m)
- 이중 결합: 약 1×103 N/m
- 삼중 결합: 약 1.5×103 N/m
예제: 카르보닐기(C=O) 신축 진동의 흡수 파수와 파장
탄소 원자 질량
$$m_1 = \frac{12\times10^{-3}\ \mathrm{kg/mol}}{6.0\times10^{23}\ \mathrm{atom/mol}} = 2.0\times10^{-26}\ \mathrm{kg}$$
산소 원자 질량
$$m_2 = \frac{16\times10^{-3}}{6.0\times10^{23}} = 2.7\times10^{-26}\ \mathrm{kg}$$
환산 질량
$$\mu = \frac{(2.0\times10^{-26})(2.7\times10^{-26})}{(2.0+2.7)\times10^{-26}} = 1.1\times10^{-26}\ \mathrm{kg}$$
이중 결합의 힘 상수는 약 1×103 N/m이므로,
$$\bar{\nu} = 5.3\times10^{-12}\sqrt{\frac{1\times10^{3}}{1.1\times10^{-26}}} = 1.6\times10^{3}\ \mathrm{cm^{-1}}$$
파장은 파수의 역수이므로 $\lambda = 1/\bar{\nu} \approx 6.3\ \mu\mathrm{m}$다. 실제로 카르보닐기의 신축 진동 흡수 띠는 1600~1800 cm-1 영역에서 나타난다.
8. 진동 모드(vibrational modes)
복잡한 분자는 수많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어 모든 진동 형태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도 다원자 분자가 가질 수 있는 진동의 수는 계산할 수 있다.
공간에서 점 하나의 위치를 나타내려면 좌표 3개가 필요하다. 따라서 점 N개를 나타내려면 3N개의 좌표가 필요하고, 원자 N개로 이루어진 분자는 3N개의 자유도를 가진다.
분자의 운동은 다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병진 운동: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전체 분자의 운동 → 자유도 3
- 회전 운동: 무게 중심 주위로 분자 전체가 회전하는 운동 → 자유도 3
- 진동 운동: 원자들 사이의 상대적인 운동
따라서 진동의 자유도는 전체 3N에서 병진 3과 회전 3을 뺀 3N − 6이다. 단, 선형 분자는 분자 축을 중심으로 한 회전이 의미가 없어 회전 자유도가 2이므로, 진동의 수는 3N − 5가 된다. 이렇게 구한 진동들을 기준 진동(normal mode)이라고 한다.
실제 스펙트럼에서는 계산한 진동 수보다 피크가 적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분자의 대칭 때문에 진동해도 쌍극자 모멘트가 변하지 않을 때
- 두 개 이상의 진동 에너지가 같거나 매우 비슷할 때
- 흡수 세기가 너무 약해 일반적인 방법으로 검출할 수 없을 때
- 진동 에너지가 측정 기기의 파장 범위 밖에 있을 때
9. 진동 짝지음(vibrational coupling)
한 분자 안의 진동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진동 짝지음이 일어나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 한 원자를 공유하는 두 신축 진동 사이에서는 강한 짝지음이 일어난다.
- 굽힘 진동 사이의 상호작용은 진동하는 결합들 사이에 공통 결합이 있어야 일어난다.
- 신축 진동의 결합이 굽힘 진동에서 변하는 각의 한쪽을 이루면, 두 진동 사이에 짝지음이 일어날 수 있다.
- 서로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진동끼리 상호작용이 크게 일어난다.
- 두 개 이상의 결합만큼 떨어진 진동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
- 짝지음은 같은 대칭성(symmetry)을 가진 진동 사이에서 일어난다.
예시: 이산화탄소(CO2)
CO2의 두 C=O 결합 사이에 짝지음이 없다면, 지방족 케톤의 C=O 신축 진동처럼 약 1700 cm-1에서 흡수 피크 하나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실제 CO2는 2350 cm-1과 667 cm-1에서 두 개의 흡수 피크를 보인다.
CO2는 선형 분자이므로 3×3 − 5 = 4개의 기준 진동을 가진다.

CO₂의 기준 진동 (직접 작성)
- 신축 진동 2개: 두 C=O 결합이 탄소 원자를 공유하므로 조건 1에 의해 강하게 짝지어져 대칭 신축과 비대칭 신축으로 나뉜다. 대칭 신축은 쌍극자 모멘트가 변하지 않아 IR 피크가 나타나지 않고, 비대칭 신축은 더 높은 에너지인 2350 cm-1에서 흡수가 일어난다.
- 굽힘 진동 2개: 서로 수직한 두 방향의 굽힘 진동은 같은 운동을 하므로 에너지가 같다. 그래서 두 진동이 하나의 피크로 667 cm-1에서 나타난다.
이처럼 진동 짝지음 때문에 흡수 피크의 파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바로 이 상호작용 덕분에 피크 패턴이 분자마다 고유해져, 특정 화합물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정리
- IR은 주로 중간 적외선(4000~670 cm-1)을 쓰며, 분자의 진동 상태 변화에 의한 흡수를 측정한다.
- IR 흡수가 일어나려면 진동에 따라 쌍극자 모멘트가 변해야 한다.
- 진동은 신축(대칭·비대칭)과 굽힘(scissoring, rocking, wagging, twisting)으로 나뉜다.
- 조화 진동자의 진동수는 $\nu_m = \frac{1}{2\pi}\sqrt{k/\mu}$이며, 파수로는 $\bar{\nu} = 5.3\times10^{-12}\sqrt{k/\mu}$ cm-1이다.
- 양자역학적으로 진동 에너지는 $E = (v+\frac{1}{2})h\nu_m$이고, 인접 준위 간격은 $h\nu_m$으로 일정하다.
- 기준 진동의 수는 비선형 분자 3N − 6, 선형 분자 3N − 5이며, 진동 짝지음 때문에 분자마다 고유한 스펙트럼이 나타난다.